[via scieng.net & holoblog]
지난 18일 정부는 연구개발인력 3년간 전직금지, 퇴직 후 경쟁업체 취업금지서약서를 의무화하겠다는 대책을 ‘첨단산업기술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가칭)‘의 입법을 추진과 함께 발표했다. 핵심기술의 유출을 막겠다는 요지인 것 같은데, 그 방법이 이런 것이라니 너무나 기가막힌다. 스파이 짓을 하는 비양심적인 기술자들이나 잘 막을 것이지 왜 대한민국 전체 과학기술인에게 족쇄를 채우냐말이다.
과학기술자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자신의 역량을 몇단계 높일 수도, 자칫 잘못하면 퇴물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긴 시간이다. 역량을 높인 과학기술자라면 당연히 계속해서 좋은 보수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 전직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에 합당한 보수를 주지도 않으면서 전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족쇄를 모든 과학기술자에게 채우겠다니 정말 기가막힌 일이 아닌가.
요즘들어 이공계기피현상을 타파하겠다고 이런 저런 실속없는 대안을 내놓더니 이제는 아예 과학기술자들의 의욕을 무참히 밟아버리는 법안을 내놓았다. 과학기술자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돈만 벌어다주는 노예인가? 지금까지 제대로된 대접도 해주지 못해왔으면서, 이런 거지같은 대접 때문에 학생들의 이공계기피현상까지 만들어 놓았으면서, 이젠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노예의 족쇄를 채우겠다고?
참, 답답하다. 마구 욕을 해주고 싶지만, 그럴 의욕조차 나질 않는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리고 앞날이 너무나 걱정된다.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연구실 동료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취직을 해서 안정되게 다닐 수 있는 기간을 길어야 5년으로 잡는다. 보통은 2-3년 정도를 다니다가 여기저기에서 차이며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IT업계에서 일하면서 정시에 퇴근해서 따뜻한 저녁을 집에서 먹어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매일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과도한 업무로 다른 직장인보다 몇년은 빨리 늙는다. 이렇게 일을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나이는 기껏해야 마흔 중반까지. 그 후에는…?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이런 법안을 만들어서 대체 어쩌자는건가.
몇 년전에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간섭이 많은 아빠, 엄마에게 반항하는 아이들이 협박조로 했다는 말, “자꾸 이러시면 저 이과갈꺼에요”. 그때에는 이 이야기를 듣고 쓴웃음을 짓고 말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나에게 그런 웃음조차 짓지 못하게 만든다.
내 아이는 이 땅에서 절대로 과학기술자가 되지 않게 할 것이다. (아…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어야겠지? 정말 이런 현실이 너무나 슬프다.)
우리 모두 전직제한 서약서 의무화 반대서명운동에 참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