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1997년 여름)

석사 1년차일때 친구 욱진, 성민이와 함께 정동진으로 떠났다. 아마도 8월 15일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들뜬 마음으로 청량리역에서 초저녁부터 돌아다니면서 기차 시간을 기다리고. 돈을 조금이라도 아낀다고 길가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먹으면서 저녁을 때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주말이나 휴일이면 그렇지만, 1997년에도 정동진으로 떠나는 여행인파는 무척이나 많았다. 간신히 입석라도 구해 타는 것만으로도 감사할뿐. 덕분에 9시간이 넘는 여행을 꼬박 기차 바닥에서 뒹굴면서 보내야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깔끔을 떨며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어어쁜 아가씨들이 새벽이 되자 하나 둘씩 잠에 떨어지면서 엉망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 재미가 솔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동진역에서 일출을 볼거라 기대했던 마음이 기차 안에서 벌써 떠있는 해를 보며 허탈해했던 기억은 너무나 쓰리다. 정동진역에서 일출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반드시 겨울에 여행을 떠나라.

힘들게 도착한 정동진에서 즐거웠던 기분은 잠시. 역과 근처를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곧이어 배고픔에 못견뎌 가지고 간 코펠에 라면을 끓여 먹고 나서는… 그대로 해변가에 누워 셋 모두 잠이 들고 말았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때까지.

남자 셋이 여행을 하면 원래 그렇게 썰렁한걸까? 우리 셋은 잠이 깨자 강릉행 기차에 올라타고 얼마 되지 않는 기차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강릉에 도착해서는 가지고 간 햇반을 처리하기 위해 허름한 식당에서 점심을 때우고. 미리 고속버스를 예매한 후 그 시간 공백을 때우기위해 그만… 비디오방에 가고 말았다. 남자 셋이서 고른 영화가 무엇일것 같은가? 그리 기대는 하지마라. 그때 우리가 본 영화는 네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가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까지만해도 우린 참 순수했던 것 같다.

힘들고 지친 여행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그때에만 해도 강릉에서 광주행 직행버스가 없었던터라 나는 대전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대전에 도착해보니 광주행 버스가 이미 끊긴 후였다. 참, 난감했다. 다음날 연구실 미팅이 있어서 자고 갈 수도 없고. 결국, 그날 난 생전 처음으로 총알 택시라는 것을 타봤다. 거금 2만 5천원을 들여서 말이다. 뭐, 말 그대로 총알 같이 날아가는 택시 안에서 마음을 졸이기는 했지만, 같이 동승한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재미도 좋았다. 내게 전화번호까지 물어보며 나중에 연락한다며 재잘거리던 아가씨들에게서 그 후 연락이 없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 장의 사진을 올리면서 글이 많이 길어졌다. 예전에 이 사진을 올릴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말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때의 추억이 좋게만 느껴지기 때문이겠지. 자, 그럼 그 때 남은 단 한장의 사진을 보실까요~?

sandtime.jpg
역시 석사 1학년때 찍은 사진입니다. 어딘지 아시겠어요? 자세히 보시면 힌트가 숨어 있답니다. 모래시계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죠? 밤새 기차타고 가느라고 조금은 피곤해 보이네요. 하지만, 기분만은 좋아 보이죠? 한번 밤기차타고 가보세요. 정동진역으로.

5 Responses

  1. inel Says:

    자~ 여기에서 질문 하나~
    이곳이 정동진이라는 단서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정답을 맞추시는 분께 막대사탕 하나 증정해드립니다~ ^^

  2. 빙고 Says:

    조기조기 써잇네요…
    막대사탕….줘요~~~~ 우하하하하하

  3. 호와 효 Says:

    저희도 찾았어요.
    두 개 주세요…

  4. inel Says:

    헉… 두개씩이나.
    다들 너무 쉽게 찾으시네요.
    이젠 그만해야할까봐요. ㅜ.ㅡ
    막대 사탕은 다음 모임 때 드릴께요~

  5. inel Says:

    벌써 찾았군. 너무 쉬웠나? ㅎㅎ~ ㅡ.ㅡ
    찾고나서 너무 좋았나보네. 리플을 두개나 남기고.
    나중에 아이스크림과 함께 줄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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